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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엔드 아키텍트가 전력시장에서 데자뷔를 느낀 이유

대규모 예측·입찰 시스템을 만들어 온 20년 차 백엔드 아키텍트가 전력시장을 들여다보고 "이건 내가 매일 풀던 문제"라는 걸 깨달은 이야기.

나는 20년간 ’예측과 최적화’를 만들었다

내 커리어의 대부분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불확실한 데이터를 예측해서, 제한된 시간 안에 최적의 값을 도출하고, 결과로 정산받는 시스템” 을 만드는 일.

대규모 광고 플랫폼에서는 수십만 건의 트랜잭션과 입찰이 0.1초 안에 끝난다. 그 찰나에 “이 데이터의 확률은 얼마인가”를 예측하고, 그 예측을 근거로 최적의 값을 계산하며, 리스크와 수익의 경계선을 실시간으로 탄다.

핵심은 세 가지다. 예측 → 최적화 → 정산. 이 루프를 초당 수십만 번, 몇 년간 돌리는 백엔드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해왔다.

전력시장을 처음 들여다본 날

전력시장 구조를 공부할 일이 있었다. 그리고 화면을 보다가 멈칫했다.

한국전력거래소(KPX)의 하루 전 시장(Day-Ahead Market)은 이렇게 돌아간다. 발전 사업자는 내일 얼마나 발전할지를 오늘 오전 10시까지 입찰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실제 발전량이 입찰량과 얼마나 어긋났는지 — 그 오차에 따라 정산금이 갈린다.

2025년 6월 개정된 규칙 기준으로, 태양광의 예측정산금은 이렇게 차등된다.

예측 오차 예측정산금
4% 이하 kWh당 4원
4~6% kWh당 3원
6% 초과 0원

계단이다. 두 개의 문턱이 있고, 그 문턱을 넘느냐 마느냐로 수익이 뚝뚝 끊긴다.

“이거 내가 매일 풀던 문제잖아”

화면을 보던 순간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이거 실시간 입찰 시스템이랑 똑같은데?

광고 입찰 시스템 전력시장
불확실한 트래픽·행동 예측 내일 발전량 예측
밀리초 단위 입찰가 결정 전날 오전 10시까지 입찰량 결정
성과로 정산 실발전량 오차로 예측정산금 정산
리스크 허용치를 넘으면 손실 오차가 크면 정산금 0

도메인 용어만 다를 뿐,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해 값을 부르고 결과로 보상받는다”**는 구조가 완전히 같았다.

특히 눈에 들어온 건 저 계단형 정산 구조였다. 보상이 매끄러운 곡선일 때와 계단일 때는 최적화 전략이 다르다. 계단 보상에서는 예측값을 그대로 부르는 게 최선이 아니다 — 문턱을 확실히 넘도록 의도적인 편의(bias)를 넣어 값을 조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전력시장의 소규모 사업자들은 대부분 예측값을 그대로 입찰량으로 낸다.

그런데 작은 발전소는 이 테이블에 앉지 못한다

여기서 진짜 문제를 봤다.

저 정산 게임을 제대로 하려면 기상 데이터를 받아 발전량을 예측하는 모델, 시장 연동, 입찰·정산 자동화가 필요하다. 대형 사업자나 기존 VPP 운영사는 이걸 갖췄다.

하지만 1MW도 안 되는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는? 이 시스템을 자체 구축하는 비용이 발전 수익보다 크다. 그래서 정교한 예측 없이 입찰하고, 문턱을 넘겨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고, 결국 기존 대형 사업자에게 종속된다.

기술이 있는 쪽은 게임을 하고, 없는 쪽은 입장료만 낸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고, “작은 플레이어도 게임에 낄 수 있게 만드는” 회사들이 판도를 바꿨다.

전력시장에는 아직 그 자리가 비어 있다.

다음 글

다음 편에서는 이 시리즈에서 가장 기술적인 질문을 다룬다.

발전량 예측은 어차피 틀린다. 그렇다면 “틀릴 걸 알면서” 어떻게 입찰량을 정해야 정산금이 최대가 되는가?

예측값 하나를 그대로 입찰하는 방식의 한계와, 예측을 확률분포로 다룰 때 계단형 보상에서 무엇이 달라지는지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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